2025-26 나의 첫 취업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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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25년 8월 초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약 7개월간 첫 취업 준비를 했다. 처음부터 도전적인 방향을 택했다. 해외 포지션에 많이 지원했고, 입사 난이도가 높은 회사들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알게 된 것들도 많다. 총 97개의 포지션에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1개의 오퍼를 받았다. 전체 과정에 대한 내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썼다.
회사 지원 기준
지원할 회사를 고를 때 나에게는 세 가지 기준이 있었다.
-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 개발자나 관련 직군이 최고 수준의 인재들로 구성된 회사
- 상승 모멘텀이 강한 회사: 회사의 성장세가 뚜렷하거나, 회사가 속한 업계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
- 기술 수준이 높은 회사: 컴퓨터 과학의 특정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
이 세 가지 기준에 비추어 보면, 퀀트는 가장 적합한 도메인 가운데 하나였다. 업계 특성상 인재 밀도가 높고, 기술적으로도 요구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에 작은 헤지펀드에서 인턴을 했던 경험이 있어,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익숙한 도메인이기도 했다. 퀀트 외에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분야는 AI와 블록체인이었다.1 두 분야 모두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해외 포지션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인재 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취업 준비 과정
초반의 시행착오
구직 활동 초반인 8-10월에는 면접에서 무엇을 묻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는 어느 정도 대비되어 있었지만, 전공 지식(주로 운영체제, 네트워크, C++)과 시스템 디자인은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보통의 경우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빠르게 도전해 보는 쪽을 선호한다. 실제로 부딪혀 보는 과정에서 혼자 준비할 때보다 부족한 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그 결과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그 편이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취업 준비의 경우 그 판단이 틀렸다. 전체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가운데 하나는,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회사들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면접 일정이 잡히면 1-2주 안에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급하게 메운 지식은 얕고 불안정했고, 그 한계가 면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시기에 얻은 것도 있었다.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던 상태에서,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는 더 분명해졌다. 특히 시스템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이때부터 훨씬 선명해졌다.
무엇을 공부했는가
최근까지도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제외한 다른 분야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했다.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공부했다.
가장 먼저 본 자료는 Algorithms for Modern Hardware였다. CPU의 특성과 메모리 구조를 고려해 어떻게 효율적인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시스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알고리즘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읽기에 매우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에는 Operating Systems: Three Easy Pieces를 읽었다. 다만 면접 준비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압박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는 못했고,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와 관련된 장들을 중심으로 골라 읽었다. 취업 준비 후반부에는 System Design Interview로 시스템 디자인도 따로 공부했다. 역시 시간 압박 때문에 모든 장을 다 읽지는 못했고, 주요 장만 골라서 읽었다.
기타 C++ 컨퍼런스 영상도 몇 개 찾아봤는데, 예를 들면 이런 발표 같은 것들이었다. 실습 차원에서는 highload.fun을 자주 활용했다. 많은 연산이 필요한 특정 작업이 주어졌을 때, 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코드를 작성해 보는 식의 문제를 제공하는데, 문제를 푸는 것이 공부 과정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재미있었다.
또 LLM을 많이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LLM이 전공 지식과 관련된 질문을 계속 만들어 내고, 그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연습했다. 내 답변의 수준에 따라 이후 질문의 난이도를 조절하게 했고,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크기로 잘게 나눠서 질문을 구성하게 했다. 이 방식이 실제 면접을 준비하는 데 꽤 도움이 됐다.
돌이켜보면 “면접 준비”를 위해 시스템 지식을 단기간에 공부하려는 접근 자체가 틀렸던 것 같다. “면접 준비”가 아니라, 실제로 좋은 시스템 이해도를 갖춰야 했다.
면접 태도에 대한 반성
생각하는 과정을 소리 내어 설명하는 것, 읽기 좋은 코드를 쓰는 것과 같은 비교적 기본적인 조언들은 초반부터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부분은 꽤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면접 경험을 쌓으면서 알게 된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
한 가지는 답변을 소극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면접 도중 질문에 필요 이상으로 짧고 조심스럽게 답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섞여 있었다. 하나는 면접관이 더 궁금하면 추가 질문을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그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느끼면 답변을 회피하고 안전하게 빠져나오려는 태도였다. 구직 활동 후반부에는 이 점을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면접에서는 계속 말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 때문에 사고력을 보는 질문에서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너무 빨리 답을 내놓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일부 퀀트 회사 면접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이 역시 구직 활동 후반부에는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했다.
기타
- 면접이 잡히면 해당 회사에 대해 최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 그 비즈니스를 이해하려고 했다. 특히 작은 회사일수록 더욱 그랬다.
- 최근 몇 년간 영어 회화를 연습해왔지만, 여전히 영어 면접이 한국어 면접보다 어려웠다. 솔직히 아직도 “How are you?”가 살짝 부담스럽다.
- 종종 리크루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시도해봤다.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 취업은 Codeforces 레이팅 순이 아니다 (심지어 퀀트 업계에서도!).
- 종종 “AI의 발전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운영체제, 네트워크, 자료구조/알고리즘 등 코어 과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답은 아직 모르겠다.
- 신입 채용은 회사 입장에서 상당히 비용과 리스크가 큰 결정인 것 같다.
- 면접 태도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고민하는 것은 유용하지 않다. 그보다는 본질적인 능력에 집중하는 편이 결과가 더 좋은 듯하다.
주요 지원 결과
지원 결과
총 97개 포지션에 지원했고, 그중 10개에서 면접 기회를 얻었으며, 1개의 오퍼를 받았다.
| 회사 | 지역 | 진행 결과 | 직무 |
|---|---|---|---|
| Moloco | 서울 🇰🇷 | 1차 인터뷰, 불합격 🟥 | SWE Intern |
| Toss | 서울 🇰🇷 | 1차 인터뷰, 불합격 🟥 | Server Developer |
| Jane Street | 홍콩 🇭🇰 | 1차 인터뷰, 불합격 🟥 | SWE |
| HRT | 싱가포르 🇸🇬 | 2차 인터뷰, 불합격 🟥 | SWE (C++) |
| Jump Trading | 싱가포르 🇸🇬 | 2차 인터뷰, 불합격 🟥 | C++ SWE Intern |
| think-cell | 베를린 🇩🇪 | 2차 인터뷰, 불합격 🟥 | C++ Developer |
| Presto Labs | 서울 🇰🇷 | 1차 인터뷰, 불합격 🟥 | Quant Developer |
| SNJ LAB | 서울 🇰🇷 | 2차 인터뷰, 불합격 🟥 | System Trading Developer |
| Headlands | 암스테르담 🇳🇱 | 2차 인터뷰, 불합격 🟥 | Software Developer |
| FuriosaAI | 서울 🇰🇷 | 최종 인터뷰, 합격 🟩 | SWE (Inference Engine) |
지원 분야별 통계
27개의 테크 회사에 지원했고, 46개의 퀀트 트레이딩 회사에 지원했다. 기타 5개의 헤드헌터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대부분 일반 SWE 포지션에 지원했고, 12개의 퀀트 개발자/리서처/트레이더 포지션에 지원했다.
해외 포지션 지원
총 97개 지원 중 84개가 해외 포지션이었다.
한국 회사에 지원했을 때 면접 전환율이 제일 높았고, 해외 지원 중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면접 기회를 가장 많이 얻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도 면접 기회를 얻었고, 반면 영국에서는 끝내 면접 기회를 받지 못했다.
미국 포지션은 총 23개에 지원했지만, 면접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위해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2
오퍼를 받고
FuriosaAI는 몇 년 전부터 관심 있었던 회사이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면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게 된 것이 매우 기뻤고, 결국 입사하게 됐다.
오퍼를 받은 이후 AI 가속기 산업 전반을 공부하고 있다. 몇 년간 AI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최전선의 AI 연구소가 아니더라도, 많은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까지 자체 AI 인프라를 갖추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AI 가속기 업계의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자체 칩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에서, 국내 AI 가속기 산업의 모멘텀이 크다고 생각한다.
입사 후에는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맡게 될 일을 잘 해내고 싶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FuriosaAI에 워낙 뛰어난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 그 사이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부담되기도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최근 LLM 코딩 에이전트의 성능과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똑같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불리더라도 실제로 하는 일은 지금과 아주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대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 몇 년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잘 올라타보려고 한다.